
나노바디(Nanobody)는 기존 항체보다 작은 크기와 강력한 결합력을 가진 **단일 도메인 항체(Single-Domain Antibody, sdAb)**로, 현재 암, 신경계 질환, 감염병 치료 등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노바디가 처음부터 의약품으로 개발된 것은 아닙니다.
처음 나노바디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1989년 벨기에에서 진행된 연구에서였습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연구가 발전하면서, 21세기 들어 나노바디 기반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나노바디 연구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해왔는지 그 역사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나노바디의 발견 – 1989년 벨기에에서 시작된 연구
나노바디의 연구는 1989년,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학교(Université Libre de Bruxelles)의 세르게이 하미르(Serge Muyldermans) 연구팀이 수행한 실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① 낙타과 동물의 특이한 항체 발견
연구진은 면역학 연구의 일환으로 낙타과 동물(알파카, 라마, 낙타)의 면역 시스템을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실험 중 낙타과 동물의 혈액 속에서 기존 포유류 항체와 구조가 다른 특이한 항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기존 항체는 두 개의 무거운 사슬(Heavy Chain)과 두 개의 가벼운 사슬(Light Chain)로 구성된 Y자형 구조를 가지지만, 낙타과 동물에서는 **가벼운 사슬이 없는 항체(Heavy-Chain Only Antibody, HCAb)**가 존재한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② 단일 도메인 항체의 가능성 확인
연구진은 이 특이한 항체를 더 깊이 연구한 결과, 단일 도메인 항체(Single-Domain Antibody, sdAb)가 강력한 항원 결합력을 가질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즉, 기존 항체의 일부만 남긴 형태임에도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과 강하게 결합하여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1993년, Nature 논문에 발표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나노바디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 나노바디의 연구 발전 – 1990년대 후반부터 상업적 연구 시작
1990년대 중반부터, 나노바디의 가능성을 인식한 바이오 기업과 연구소들이 본격적인 연구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① 최초의 나노바디 기반 연구소 설립 (Ablynx, 2001년)
2001년, 벨기에에서는 세계 최초의 나노바디 전문 연구소인 Ablynx가 설립되었습니다.
Ablynx는 나노바디를 이용한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며, 암, 신경계 질환, 감염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 및 임상 시험을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② 나노바디의 대량 생산 기술 개발
기존 항체 치료제는 포유류 세포(CHO 세포)에서만 생산 가능하여 높은 비용이 들었지만, 연구진은 나노바디가 박테리아(E. coli)나 효모(Yeast)에서도 생산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통해 저비용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나노바디 기반 치료제의 상업화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나노바디는 기존 항체보다 더 효율적인 치료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점점 입증되었고, 여러 바이오 기업들이 이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3. 나노바디 치료제의 본격적인 개발 – 2010년대 이후
2010년대 들어, 나노바디 기반 치료제 개발이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① 항암 치료에서의 활용 연구
나노바디는 기존 항체보다 더 깊숙이 조직 내부로 침투할 수 있어, 암세포의 성장 신호를 차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항체-약물 결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 기술과 결합하여,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이 연구되었습니다.
② 신경계 질환 치료에서의 가능성 확인
나노바디는 뇌혈관 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집니다. 이를 활용하여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 질환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었습니다.
③ 감염병 치료로 확대 –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나노바디 기반 코로나19 치료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기존 항체보다 변이 바이러스에 강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었으며, 여러 연구팀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하는 나노바디 치료제를 개발했습니다.
4. 현재와 미래 – 나노바디 치료제의 상용화와 발전 가능성
현재 나노바디 기반 치료제는 임상 시험을 거쳐 점점 상용화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① FDA 승인 및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 투자 증가
2018년, Sanofi(사노피)가 Ablynx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도 나노바디 치료제 연구에 적극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FDA는 최초의 나노바디 기반 치료제를 승인하였으며, 이후 항암제, 감염병 치료제, 면역 치료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노바디 기반 신약이 개발 중입니다.
② 나노바디 기반 신약 개발 증가
현재 암, 신경계 질환, 감염병 치료제 분야에서 여러 나노바디 기반 신약이 개발 중입니다. 나노바디는 저비용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기존 항체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여, 향후 10년 내에 기존 항체 치료제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은 신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요약
나노바디(Nanobody)는 1989년 벨기에에서 처음 발견된 단일 도메인 항체로, 기존 항체보다 작고 강력한 결합력을 가진 혁신적인 치료법입니다. 2001년 벨기에의 Ablynx 연구소 설립 이후, 나노바디 연구는 급속도로 발전하였으며, 현재 항암 치료, 신경계 질환, 감염병 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1년 이후 FDA 승인과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구 투자 증가로, 나노바디 기반 치료제의 상용화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향후 나노바디는 기존 항체 치료제를 대체할 혁신적인 신약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